안녕하세요, 임핑퐁입니다.
“도대체 조합은 왜 이렇게 느릴까?”
“작년부터 시공자 선정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준비 중이라고?”
“총회는 도대체 언제 여는 거야?”
정비사업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이 듣는 말입니다.
조합도 생기고, 시공사도 선정됐고, 이제는 굴러가야 할 시점인데…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그대로 멈춘 듯한 사업장도 많습니다.
그 이유, 과연 ‘일을 안 해서’일까요?
실제 원인은 조합의 의사결정 구조에 있습니다. 오늘은 그 부분을 실무자의 시선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정비사업의 핵심은 ‘결정’입니다
정비사업은 행정절차와 인허가도 중요하지만,
진짜 시간을 잡아먹는 건 내부 의사결정 구조입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흐름으로 안건을 결정해야 하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조합이 왜 느린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조합은 단 한 사람의 결정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총회는 자주 열 수 없고, 조합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제한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안건일수록 이사회 → 대의원회 → 총회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물론, 법적 범위 안에서는 이사회나 대의원회에서 끝낼 수도 있지만,
절차와 통지기간을 지켜야 하는 건 동일합니다.
조합 업무가 느려지는 병목 구간은?
조합의 추진 속도가 늦어지는 대표적인 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총회 개최 결정이 늦어질 때
총회를 열기 위해선 이사회 → 대의원회 → 총회를 거쳐야 하며,
소집공고만 해도 최소 7일 전 통지가 필요합니다.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3~4주는 기본입니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안건 상정이 미뤄지거나, 대의원회가 안 열리면
총회도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2.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 충돌
조합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인 단체입니다.
안건에 대한 의견이 갈리면 조정에 시간이 걸리고,
부결되면 다시 논의하거나 수정해 올라가야 합니다.
3. 정보 소통 부족
정확한 정보가 미리 공유되지 않으면
총회 때 갑작스런 반대나 불신임 요청이 나올 수 있어요.
결국 ‘의견 조율 → 재소집 → 갈등 → 연기’의 순환이 반복됩니다.
실무 예시: 사업시행계획 총회가 늦어지는 이유
건축심의를 완료했는데도 총회를 못 여는 경우, 다음과 같은 절차가 필요합니다.
흐름 요약:
- 건축심의 완료 → 이사회·대의원회 보고
- 사업시행계획 수립 → 이사회 안건 상정
- 이사회 개최 → 의결
- 대의원회 개최 → 의결 (7일 전 통지)
- 총회 소집 → 최소 7일 전 통지
- 총회 의결 → 시장·군수 인가 신청
딱 보면 단순한 흐름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 협의자료 작성 (석면조사, 범죄예방계획 등)
- 시공사·설계사와 도면 조율
- 행정 협의와 서류 수정
- 위원회 조치의견 반영 등
다양하고 복잡하고 시간을 잡아먹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이사회에서 이견 생기면 한 달 이상 보류되기도 하고,
대의원회에서 자료 보완 요청이 있으면 재상정까지 2주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장소 섭외, 책자 제작, 발송, 반송처리 등 총회 준비도 만만치 않아요.
그 사이 민원이 들어오거나 설계 변경이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 단 한 번의 총회를 열기 위해 3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 정말 많습니다.
구조적 원인 요약
- 안건 준비 부족
계획서 미비, 누락 등으로 인해 일정이 미뤄짐 - 내부 갈등
이사진 간 의견 불일치, 대의원 주도의 반대 등으로 안건 부결 - 총회 준비의 현실
법적 요건은 충족해도 실제 ‘현장 요건’을 맞추는 건 또 다른 문제
특히 OS 요원 활용에 거부감 있는 조합에서는 성원 미달 문제가 자주 발생
실무에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 사전 조율 필수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주요 대의원들과 미리 교감하세요. - 설명자료 준비
반대 가능성이 있는 안건은 미리 설명자료나 비교표로 대응합니다. - 의사결정 캘린더 관리
총회까지의 일정을 공개하고 신뢰를 유지하세요.
단, 일정 공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하세요.
한 줄 요약
조합이 늦어지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구조적 이유 때문입니다.
내부의 조율, 정보 공유, 절차 진행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투자자라면?
다음 총회가 언제 열릴지, 이사회나 대의원회에서 안건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공식일정’ 외에 ‘실제 흐름’을 체크해보세요. 그게 사업속도 판단의 핵심입니다.
조합원이라면?
총회 안건 하나에도 수많은 과정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세요.
조합을 향한 무조건적인 불신보다, 총회 참석과 조합원 간의 소통이 더 빠른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정비사업은 도시를,
글은 생각을 정리해줍니다.
임핑퐁의 정비소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