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은 도시를, 글은 생각을 정리합니다.

정비사업의 흐름, 투자자의 시선, 조합원의 현실까지_도시와 사람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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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일상①] 전문가 과잉 시대, 나는 어떻게 살아남으려는가

임핑퐁 2025. 5.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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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라는 타이틀, 그 무게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저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투자자문과 상담을 병행하며
정말 바쁘게 지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새벽 5시에 강남으로 출근해
부동산 세법 공부, 단지별 거래량 체크, 방송 준비, 세미나 기획,
고객과 임장, 임대차 관리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였죠.

그 시기는 자산증식의 황금기였습니다.
강서 쪽에서는 1~3억이면 갭투자가 가능했고,
신반포2차도 10억 이하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빌라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투자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바보였던 건 아닙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았기에 결정이 어려웠고,
정보가 넘쳐나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5가지 이유

그 시절 저는 잘 벌고 있었고,
회사에서도 ‘성공한 젊은 전문가’처럼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정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1.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

상담과 수수료 중심의 구조에서,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면 더 고차원적인 전문성이 요구될 것이고,
저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2. 결국 공급은 ‘정비사업’이 주도할 것이다

아파트 공급의 주축은 재건축·재개발로 옮겨갈 것이 분명했고,
이에 대한 실무적 이해가 없이는 향후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3. 깊은 상담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개인 투자자의 자산, 상황, 인생계획까지 함께 고민하려면
단순한 시세나 데이터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4. 정비사업을 모르면, 언젠가 ‘돌팔이’가 될 것이다

강의, 상담, 방송을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할수록
정비사업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5. 회사의 객관성과 방향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고객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담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다시 시작한 이유, 다시 고민한 ‘전문가’의 의미

“돈도 잘 버는데 왜 퇴사해요?”라는 질문에
저는 “진짜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요.”라고 답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말 자체도 부끄럽습니다.
그만큼 ‘전문가’라는 말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퇴사 후에는 가족과 함께 작은 부동산 사무실도 운영해 보고,
새벽엔 택배 아르바이트도 해보며
생활비를 벌어가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비사업전문관리회사에 입사해
가로주택부터 재개발·재건축 실무를 하나씩 익혔습니다.
토요일 출근해 월요일 새벽에 퇴근하던 시절이
지금도 가장 재밌고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전문가보다 ‘조언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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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변에서 지인들이
정비사업 투자나 사업성 분석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최근엔 중계주공5단지와 중계그린아파트 중
어디에 갭투자할지 고민하는 상담도 있었죠.

이제는 단순한 단지 설명보다
“택지개발지구의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은 확인하셨을까?”
“역세권 중심복합 정비구역의 사업성은 충분할까?”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그걸 보며 느꼈습니다.
모두가 이미 일정 수준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구나.


 정보의 시대, 필요한 건 '비판적 사고력'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블로그, 유튜브, SNS 어디를 가도
확신에 찬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중 상당수는 편향되었거나, 잘못되었거나,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라는 단어는 너무 모호합니다.
투자 경험이 많다고 해서,
학위가 있다고 해서,
책을 많이 썼다고 해서
진짜 전문가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나 자신의 태도입니다.

 

  • 정말 그 정보는 사실인가?
  • 다른 해석은 가능한가?
  • 나는 내 상황에 맞춰 해석할 수 있는가?

정보를 배척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소화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한 줄 요약

지식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법은 누가 전문가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머리를 식힐 겸, 혼자 중얼거려 볼 겸

잡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 정보나 지식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전문성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해석의 깊이’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누군가의 상황을 진심으로 고민해 주는 '전문가'를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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